DARI  
 

fiogf49gjkf0d
daRi (배윤주)

born n 1970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Major : Scupture)
Ewha Graduate School College of Arts and Design, Seoul, Korea (Major : Scupture)

Solo Exhibition
2005 Wolinchunggangjigok-Inscribing the Moon, Gallery Artlink, Seoul, Korea
2003 Empty Scene-The 3rd Exhibition, Alternative Space ‘Pool’, Seoul, Korea
2000 The 2nd Exhibition, Arco Art Center, Seoul, Korea
1997 The 1st Exhibition, Dukwon Gallery, Seoul, Korea

Selected / Group Exhibition
Art & Cook, Sejong Center Gwangwhamoon Gallery / Deep Place Alone, The Munhwa Il-Bo Gallery / Isiands of Fortunes-Les Iles Fortunees, Chandong Artists Studio(Nationality) / Books resemble People, People resemble Books, Keumho Museum of Art, Seoul, Korea etc.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003 Empty Scene -3회 개인전 (대안공간 풀)
2000 2회 개인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97 1회 개인전 (덕원 갤러리)

기획전 및 단체전
2004 행운의 섬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
사람을 닮은 책,책을 닮은 사람 (금호미술관)
외 다수

현재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출강,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예술학부 출강


fiogf49gjkf0d
천(千) 개의 강에 새겨진 달 - 배윤주의 설화적 공간

‘Space-tainment(공간으로의 초대)’를 주제로 한 릴레이 전시 중 하나로 열린 배윤주의 이번 개인전의 관심사는 달(月)과 강물(江)이다. 전체 주제인 'space-tainment'는 space와 entertainment를 결합한 말로, 공간에 대한 탐구에서 더 나아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공간을 적극적으로 유희하며 관람자를 그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초대하여 즐기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윤주는 그동안 우연히 만난 재료들인 버려진 나무, 콘크리트, 천, 폐지 등을 이용해 찢고 붙이고 끼워 넣거나 깁는 노동에 가까운 작업을 해왔다. 즉 그녀는 고된 작업을 마치 선(禪)적인 수련의 과정으로 여기면서, 비록 ‘텅 빈 장면(empty scene)’이라고 명명하였으나 결코 비어있지 않은, 추상적이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풍경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곤 했다. 이번 설치 작업에서도 배윤주는 화랑 공간 전체를 재구성하여 설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관람자를 시간을 초월한(timeless) 특별한 공간 경험으로 이끈다. 달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의 공간설치는 달, 강물, 그리고 원형(archetype)적인 고대(古代) 문자들을 이용하여 디지털 유목(digital nomad) 시대의 잃어버린 상상력을 복원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배윤주의 달에 대한 관심은 올해 3월에 설치했던 <달의 신전 - 달과 나무의 이야기들>에서 설화적인 공간을 표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달이 가지는 태고로부터의 의미들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여성성 곧 모성의 세계이자 근원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이며,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달의 의미를 문명의 공간 속으로 끌어내고자 한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월인천강지곡”은 “천 개의 강에 새겨진 달”, 혹은 더 풀어서 본다면 “달이 온 세상을 비추고 물은 흐르되, 달은 그 속에 그대로 있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물에 새겨진 달, 달에 새겨진 세상’의 상징적 의미를 이번 전시에서 두 개의 분리된 공간으로 나타내고자 한다. 원래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이 석가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쓴 서사시지만, 배윤주는 여기에서 불교적인 시의 내용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달과 강의 관계 및 그 이미지에서 좀 더 넓은 의미의 원형적이고 서사적 공간의 표현을 이끌어낸다.
달에 대한 설화 중 잘 알려져 있는 항아(嫦娥)선녀 이야기는 중국으로부터 온 것으로, 달과 여성의 관계, 본질적인 외로움과 여성의 성적(性的) 의미를 지닌 두꺼비(蟾)의 형상이 결부된 내용을 담고 있는 예라 할 수 있다. 10개의 태양 중 9개를 활로 쏘아 떨어뜨린 항아의 남편은 그 상으로 불로장생의 약을 받는다. 그러나 항아는 남편의 포악성을 참지 못해 그 불로장생약을 훔쳐 먹고 달로 날아가 계궁(桂宮)의 월신(月神)이 되었지만, 아무도 없는 달에서 영원히 외롭게 지낼 뿐 아니라 남편을 속인 죄로 두꺼비로 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배윤주는 항아의 이야기를 통해 달과 여성을 연관시키면서, 달의 의미 즉 보편적인 여성의 의미를 이 세상을 상징하는 문자로 이루어진 천 개의 강물에 새겨 넣으려한다.

관람자는 화랑을 들어서면서 분리된 공간 한 쪽의 점점 좁아지는 긴 복도로 향하게 된다. 복도의 양쪽 벽은 세로로 뜯은 마스킹 테입(masking tape)을 붙여서 무한히 계속되는 숲을 연상시키며, 거기에서 관람자는 깊고 무한한 공간의 일루전을 보게 된다. 관람자가 걸어 들어가게 되는 이 복도의 바닥은 책을 뜯어내 흩어 놓은 문자들이 강을 이루고 있다. 책, 언어, 문자만큼 이 세상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 배윤주의 생각이다. 관람자들은 과장된 강한 원근감에 의해 영원히 계속되는 환상적이고 환영적인 공간으로 들어가면서, 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항아의 이야기와, 달과 이 세상을 비추는 달빛에 대해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서 달과 나무는 정지된 시간, 혹은 자리를 지키는 부동의 존재인 반면, 문자의 강들은 변화무쌍한 세상을 암시한다.
복도를 통해 들어가게 되는 방에는 작두로 썰어진 책의 조각들 무더기와, 각 나라 문자들 및 월인천강지곡의 내용들이 분산된 채 천 개의 강을 상징하며 바닥에 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다. 이 문자들은 라틴어, 아랍어, 티벳어, 상형문자, 갑골문자 등의 고대 원형문자들로서, 달에 관계된 단어들로 구성된다. 달빛과 같은 은은한 조명과 함께, 공간 가득 세상을 상징하는 바람소리와 책을 써는 작두 소리를 넣어 설화적 공간의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배윤주가 설치하는 설화적 공간은 전시 기간 동안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시적인 존재성의 이면에는 가장 보편적이고 영속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시뮬라크르의 공간, 가상공간, 환타지의 공간 등이 넘쳐나는 요즘, 배윤주의 설화적 공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달에 대한 가장 원초적이고 단순한 고대의 의미들을 직접적으로 현대로 가져온다. 인간의 문화와 기술에 의해 변화되지 않은 원초성과 순수함이 배윤주가 달과 강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가장 주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혜숙(전시기획자, 미술사)


fiogf49gjkf0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