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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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은 1999년 모델로 배우로 데뷔했으며 2009년까지 드라마, 영화, 연극에 배우로 출연했다. 배우로 활동하는 가운데 미술사, 미술이론, 미술품감정 등을 배우며 그림을 그렸다. 2009년부터 공백기를 갖고 ‘가톨릭상담봉사자과정’에서 교육과정으로 1년 넘게 심리상담을 받았고, 인형치료법을 통해 자신의 내면아이 ‘랄라(lala)’를 만났다. 2014년 2월, 김현정은 이왈종, 김경렬 화백과 함께 세계일보 창간 25주년 특별전 ‘삼인행’에 참여했다.
2012년, 2013년 세계일보에 매주 그림과 창작에세이 ‘배우화가 김현정의 그림토크’를 연재했다. 최근 그림과 글을 엮은 책 ‘랄라의 외출-나를 찾는 내면아이’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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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와 연기
- 김현정의 그림을 읽다

펑펑 彭鋒
(북경대학 예술학과 주임교수,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총감독)

언뜻 보면 김현정의 그림은 중국 대륙에서 유행하는 신(新)공필화(工筆畵)와도 비슷하지만 북미지역에서 유행하는 팝초현실주의(Pop Surrealism)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작품들을 찬찬히 뜯어보니, 결코 이 두 현대미술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예술가의 개인적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나는 알게 됐다. 김현정의 그림은 매우 특별한 사례로, 그녀의 마음속 세계로 들어가지 않고는 작품들의 의미를 읽어낼 수 없다.
나는 김현정 화가를 북경대학 나의 연구실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그녀가 배우이고 일찍이 심리문제가 있어 그림으로 자기치료를 성공적으로 했음을 알게 됐다. 예술로 심리적 질병을 치유한 경우는 새롭지 않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환자가 예술가가 된 사례는 아직도 흔치 않다. 예술이론을 연구하는 나로서는 김현정의 사례에 매우 흥미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그녀와 그녀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고대하고 있다.
내가 봤던 김현정의 작품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랄라의 이미지가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랄라의 이미지가 없는 것이다. 랄라의 이미지가 없는 작품들에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모두 잠자리의 이미지가 있다는 점이다. 김현정은 랄라를 그녀의 내면아이로 보았다. 이로써 그녀의 그림에는 랄라의 이미지를 그린 그림이 있는데, 이는 바로 자아 인식과 자아 묘사이다. 잠자리 이미지가 있는 작품에 대해서도 또한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작품들 가운데 잠자리는 화가의 화신이 됐다. 사실 잠자리와 랄라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잠자리는 사람들의 어린 시절 이상적인 놀이친구였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잠자리는 랄라와 마찬가지로 화가의 내면아이다. 랄라가 김현정이 의식적으로 만든 내면아이 이미지라면, 어쩌면 잠자리는 그녀 마음속 내면아이의 무의식적인 상징이다. 결국 김현정의 작품 가운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랄라와 잠자리는 바로 화가 자신이다. 이런 의미로 말하면, 김현정의 그림은 모두 자화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림은 마음의 울림이고, 그림은 그 사람이다. 이는 동양의 전통 미학의 중요한 규범이기에 동양의 화가들은 굳이 자화상의 형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아 인식과 자아 묘사가 가능했다. 꽃, 새, 벌레, 물고기, 산천은 물론 더 나아가서 해, 달, 별까지 모두 자아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오래된 동양 미학의 규범은 현대 서양 미학에서도 호응이 있었다. 예컨대 19세기 유행했던 테오도어 립스(1851~1914)의 ‘감정이입’ 이론은 대상을 빌어 자아를 인식하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비유하면, 20세기 자크 라캉(1901~1981)의 ‘경상(鏡像)단계’ 이론은 타자(他者)를 자아가 세워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단으로 봤다. 우리는 랄라와 잠자리를 김현정이 자아를 세우는 데 쓴 타자로 볼 수 있다. 랄라와 잠자리를 묘사함으로써 화가는 자아 인식과 자아를 세우는 수단을 얻은 것이다. 김현정의 작품 하나하나를 그녀 마음속 깊은 대화로 보면, 그녀는 대화를 통하여 마음속 상처를 이겨내고 더욱더 완전하고 강한 자아를 형성했다.
하지만 김현정의 그림은 글자 그대로의 자화상이 아닌 일종의 준(準)자화상이기에, 립스의 ‘감정이입’ 이론이나 라캉의 ‘경상단계’ 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김현정이 만든 랄라와 잠자리 이미지에는 자화상의 성격 이외에, 그럴듯하게 꾸몄거나 연기한 성격이 있어 최근의 허구 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김현정은 자신을 랄라나 잠자리로 꾸미고 그 역할로 여러 장소, 특히 미술사 명작과의 대화 가운데 나타났다. 겉으로 보면 이런 연결과 변통은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가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은 화가의 역할연기다. 역할에 따른 연기를 통하여 화가는 폐쇄됐던 자아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 넓은 세계와 화합했다. 이런 역할연기는 어쩌면 화가의 배우 경력과 관련이 있다.
김현정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녀의 이중의 자아를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아를 묘사하기 위한 타자이고, 하나는 자아가 연기한 역할이다. 이중의 자아가 존재하는 관계로 김현정의 작품이 우리에게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자아에 대한 인식과 탐색뿐만이 아니라, 역할의 시선을 통한 세계에 대한 인식과 탐색이다. 자아에 대한 인식과 탐색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김현정의 작품은 전형적인 모더니즘 스타일이다. 세계에 대한 인식과 탐색이라는 관점에서 말하면, 그들은 전형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김현정이 채택한 재료와 방법은 전형적인 전통 스타일의 공필화이다. 이로써 김현정의 그림이 예술비평용어 가운데 전통,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구분 자체에 의심을 가질 만하겠지만, 아마도 김현정의 그림은 하나의 신(新) 스타일의 도래를 예고한다.

2013년 12월 24일
북경대학 웨이슈위안(蔚秀園)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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