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이주형 개인전
(Rhee Joohyeong’s Solo Exhibition)

단어의 이름
(Name Of The Word)

4월 5일(금) ~ 21일(일)

오프닝 : 4월 12일(금) 오후 5시

-작가노트-

이번 개인전의 제목은 ‘단어의 이름’이다. 나는 특정한 단어에 대한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기록한 드로잉을 시작으로 이번 작업들을 제작하였다. 우선 내가 이름을 붙인 단어들과 그 단어의 이름, 그리고 드로잉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단어:ART – 이름:AcRaTa(아크라타) - 과정:Ac(악티늄)+Ra(라듐)+Ta(탄탈)의 원석이나 추출된 결정체를 드로잉,
2. 단어:ART – 이름:AuReTe(오레테) - 과정:Au(금)+Re(레늄)+Te(텔루륨)의 원석을 드로잉,
3. 단어:FINE ART - 이름:FeIrNaEs AmRuTa(페이르나에스 암루타) - 과정:Fe(철)+Ir(이리듐)+Na(나트륨)+Es(아인슈타이늄)+Am(아메리슘)Ru(루테늄)+Ta(탄탈)의 원석이나 추출된 결정체, 그리고 원소기호를 드로잉,
4. 단어:REAL – 이름:RaErAtLa(라에르아틀라) - 과정:Ra(라듐)+Er(에르븀)+At(아스탄틴)+La(란타넘)의 원석이나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본 형상을 드로잉.
이렇게 나는 ART, FINEART, REAL이라는 세 개의 단어에 ‘아크라타’/‘오레테’, ‘페이르나에스 암루타’, ‘라에르아틀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들은 위의 드로잉 과정에 기록한 원소 기호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각 원소기호의 첫 글자(대문자)만 읽으면 단어가 되고, 원소기호 전체를 붙여 읽으면 이름이 된다.

원소기호를 사용한 이유는, 요즘에 만나 뵙게 된 다른 전공분야에서 일하는 몇 몇 분들이 미술을 너무 추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의 실재(實在)함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분들에게 실재(實在)가 의심되지 않는 원소로부터 비롯된 예술 관련 단어들의 이름을 지어 보여주고, 그 이름들이 그리스나 인도 같은 곳의 신화에서나 나올 법해 보인다는 것을 통해 해학적인 웃음을 지으려고 한 것이다. 물론 현대 미술은 매우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고, 각 작업의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하기에 다가서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작업에서 보이는 은유적 방법론 및 색다른 이름을 가진 존재의 생성 방식에서 보이는 인식론적 접근이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미술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단어의 이름을 지은 것이다.

은유란, 보통 유사성을 근거로 하나의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비교하여 의미를 더하는 수사학적 기능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 더하기는 작품을 매개로한 다양한 해석의 근거가 되며, 감상자가 스스로 의미를 반추하는 시작점이 된다. 이 시작점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술이 매우 지시적으로 우리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각각의 은유적 지점들과 자신의 생각이 만나는 접점을 관찰하고, 스스로의 생각이 흐르는 방향으로 상상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력은 AcRaTa(아크라타), 혹은 AuReTe(오레테) 같은 신화적 이름을 가진 인물들과의 만남 같은 환상과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환상이 현재의 삶을 다시 비추게 될 때, 그 작업은 감상자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포자 5’ 같이 스스로의 뒤통수를 변형해 형상화 작품과 ‘Portrait 8’같이 얼굴을 변형해 표현한 작품. 그리고 내가 하는 말들을 의미하는 ‘말풍선’ 시리즈 작업, 또 ‘Fine Arts’라고 쓰인 종이를 햇볕에 한 달간 말리는 과정을 기록한 사진 작업이 함께 전시 된다. 이 작업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은유적 방법과 인식론적 접근을 공유한다. 이것은 신화 같아 보이지만, 실재(實在)에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우리에게 이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름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그저, 내가 부르면 몸짓에서 대상이 되는가? 나는 이러한 인식의 첫 번째 순간을 빌어, 나의 미술이 가진 속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전시는 2019년도 한남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