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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님의 작품에는 대립하는 두 가지 면모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수줍은 듯 담대함이 시선을 압도하기도 하고 조용하지만 재치 있는 표현들이 그만의 세계를 잘 표현해 준다. 스스로 거북이 인생이라고, 노력하는 것이 화가의 인생이라고 겸손한 듯 생각하는 노은님에게는 24살 젊은 나이 간호보조원으로 독일 행을 선택했던 것처럼 또 다른 단단하고 묵직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먼저 화선지 위에 일필휘지의 묵선으로 자연의 생명체를 재치 있게 표현한 노은님만의 조형적 언어와 단순한 동식물을 대범하게 구성한 유화 작품들로 구성하고 있다. 그의 유희적인 표현은 우리가 어릴 적 시골길을 걸으며 바라보고 느꼈던 즐거움을 자아내게 함으로써 노은님만의 강한 내면세계에 공감하게 한다. 경우에 따라 과장된 표현방식으로 의문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러한 자의적인 표현에서도 ‘예술이 고향이다’라고 말한 노은님처럼 우리도 왠지 모르게 그 고향 풍경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독일에서 또 다른 반 세월 인생의 노은님은 현재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재독작가다. 우리가 독일 월드컵에서 52년 만에 원정 첫 승을 거둔 것처럼 노은님의 예술세계도 이제야 제 날개를 펼치고 있다. 우리의 52년의 세월 안에 우리가 겪었던 수모, 외로움이 감격으로 다가오듯이 노은님에게의 36년의 세월도 힘겨운 간조보조원의 귀머거리 세월이 지나고 지긋했던 밤 근무의 세월이 지나고 이방인으로서의 질투와 외로움을 그림으로 달래며 지금의 평온을 찾은 자유인인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스스로 거북이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하는 노은님만의 담백하면서도 화려한 거북이 인생을 함께 느껴 보길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