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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의 환상적 에로티즘
Fantastic Erotism of Kim Djinsuk

김홍희
Kim Hong-hee

경기도미술관 관장
Director of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1.
김진숙은 여성에게는 금기시되어 온 에로티즘을 주제화하는 작가이다. 에로티즘은 미술사의 변치 않는 (대)주제이지만 여성의 에로티즘, 즉 여성의 주체적 시각으로 재현된 에로틱 이미지는 “남성은 보는 주체, 여성은 보이는 대상”이라는 시각의 법칙, “남성은 그리고 여성은 그려진다”는 재현의 법칙을 위반하는 점에서 페미니즘을 담보한다. 여성의 에로티즘이 모두 페미니즘으로 등식화될 수는 없다하더라도, 최소한 김진숙에게 있어 에로티즘은 페미니즘의 강력한 표현이자 무기로 사용된다.

김진숙은 페미니스트로서 작가 경력을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 민중계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주도된 한국 페미니즘 미술운동에서 김진숙 - 최소한 1989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전까지 초창기의 김진숙 - 의 활동은 실로 과소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1983년 한국 페미니즘 아트의 대모들인 김인순, 윤석남과 함께 결성한 ‘10월 모임’, 1987년 10월모임과 정정엽을 주축으로한 ‘터’ 동인들이 한데 모여 출범시킨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의 여성분과 ‘여성미술연구회’(여미연) 활동을 통해, 동시에 1986년 10월모임의 두번째 전시회 <반에서 하나로>, 1987년부터 개최된 여미연의 연례전 <여성과 현실>, 1988년 페미니즘 시화전 <우리 봇물을 트자> 등,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기폭제가 된 주요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작가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로서 기반을 다졌다.

여미연 페미니스트들은 생활과 유리된 자율적 예술, 제도화된 모더니즘 예술에 도전하는 정치예술로 여성의 의식화 운동을 촉진하는 한편 여성미술의 확장을 시도했다. 이러한 토양속에서 김진숙은 페미니스트로서 작가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대부분의 동료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억압, 계급, 노동문제, 모성을 이슈화하며 사회적 여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 김진숙은 초기부터 여성의 성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섹스, 신체, 욕망, 환상, 성심리에 관계되는 에로틱한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는 점이다.

2.
김진숙의 에로티즘은 이미 1986년 <반에서 하나로>전시에 출품했던 <들국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그림 하단에 누드의 여성이 길게 누워있고, 일렬로 늘어선 남성들이 그 누드를 지켜보고 있다. 집단적 권위의 상징인 제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깃발까지 들고 있는 남성들은 누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로 그려져 있는데, 정작 누드의 여성은 길거리에 홀로 핀 들국화처럼 그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누워있다. 그 여성은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나약하고 수줍은 누드가 아니라 자유를 만끽하는 대담하고 방종한 누드로 등장한다. 이러한 인상은 누드 여성의 거대한 스케일 때문이기도 한데, 상대적으로 남성은 아주 작게, 19명을 모두 합쳐봐야 한명의 누드보다도 작은 크기로 그려져 있다. 주인공 누드를 에워싼 이 왜소한 남성들은 누드를 관조하는 권력자, 지배자가 아니라 차라리 그녀를 보호하는 호위병 같다. 무관심해 보이기도하고 무기력해 보이기도 하는 이 남성들은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남성이 아니라 여성을 숭상하고 찬미하는 타자적 남성, 아버지의 법을 아직 습득하지 못한 상상계의 남성으로 독해된다. 반면에 당당한 여성누드는 남성 시선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그러한 시선으로부터 해방된 자족적 주체로 어필한다.

그림속의 누드는 몸으로 대변되는 보편적 여성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작가 자신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들국화>의 주인공처럼, 작가는 자유롭고 당당하다. 그녀는 사랑과 자연과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넉넉한 마음과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담백한 성격으로 창조적인 삶을 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작가 자신이 바로 해방적 자아, 주체적인 여성의 모델로서, 김진숙 작품속의 여성은 자전적이건, 은유적이건 언제나 자신의 자화상이 된다. 자신과 자신의 대리물 사이를 왕래하는 그녀의 인물은 그러한 까닭에 리얼리즘을 초월하는 환상적 형상성을 확보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해방적 욕구, 성적 욕망을 보편적 또는 원형적 이미지와 오버랩시킴으로써 현실과 이상, 실제와 허구, 의식과 무의식, 에고와 이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혹적이면서도 전복적인 환상적 에로티즘을 구사한다. 김진숙 에로티즘의 이중성, 실제이미지와 거울이미지의 경계에 선 에로틱 판타지는 자신을 16세기 조선조 기생 황진이와 동일시한 은유적 초상화에서 명시된다. 작가는 1986년 <반에서 하나로>전시를 통해 공식 데뷔하기 전부터 민화 스타일로 옛 여인들의 초상, 특히 기생을 다수 그려왔다. 1984년의 미발표 작품 <황진이에게 경의를 표하며 To Whangjini With Love>가 예증하듯이, 작가는 황진이의 초상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이 역사적 여류의 재현적 고증이 전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얼굴을 인용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겠지만, 작가는 자신의 얼굴로 대체된 황진이의 초상에서 각별한 의미를 발견한다. 에로티즘을 표방하는 페미니스트로서 작가는 유교적 봉건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주체적 삶을 살기위하여 규방을 뛰쳐나와 기생이 되었다는 황진이의 용의주도함, 시인, 서화가로서 특히 남녀간의 애정을 짙은 서정으로 표현했던 황진이의 자유분방함에 완벽한 일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김진숙은 도미후 정착기의 공백을 거쳐 1993년경부터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이당시 작품으로 <왕관을 쓴 성모마리아 Virgin With Crown>가 눈길을 끈다. 같은 제목의 엥그르의 작품을 차용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성모마리아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대체하고 있다. 순결의 상징인 마리아는 어떻게 보면 기생 황진이와 대척점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에로틱한 판타지의 소유자 김진숙의 몽상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순간, 그 성모 마리아는 에로티즘의 심볼 황진이와 동일화된다. 그 뿐 아니라 그 성모 마리아는 김진숙의 또 다른 분신인 부처와 동일시되고 있다. 김진숙/마리아의 몽상적인 얼굴이나 손가락들의 주술적 제스쳐가 부처, 특히 육감적인 티벳 보살상을 연상시킨다. 마리아, 보살과 같은 “처방적” 성녀상이나 황진이와 같은 “추방적” 여성상은 모두 김진숙의 분리자아들로서 작가는 이러한 이중, 삼중의 차용적 병치를 통해 부계적으로 정의된 단일한 여성성, 규범적 여성상에 도전하고 자기함몰적 나르시즘을 극복하는 환상적 에로티즘을 성취한다.

3.
1990년대 중반부터 뉴욕의 김진숙은 서구현대미술에 대한 선망과 호기심으로 다양한 미학적, 조형적 실험을 한다. 그러나 자기만의 언어와 세계를 발굴하기 위한 욕망으로 기나긴 자기추적의 기간을 거쳐 2000년 무렵부터 <에로틱 마운튼 Erotic Mountain> 시리즈를 제작하게 된다. 이전부터 자신을 매료시켰던 한국 전통 풍속화, 민화, 춘화, 또한 일본 우키요에에서 창조적 영감을 받아 자신의 에로틱 판타지를 발현시키는 본격 에로틱 아트를 꽃피우는 것이다.

<에로틱 마운튼> 시리즈는 남녀의 사랑이 산, 바다, 하늘과 합일되고 동자의 보호와 축복을 받는 범자연적인 에로틱 풍경화이다. 이 시리즈에서 작가는 실제 조선조 민화나 풍속화에 등장하는 모티프나 포맷을 차용할 뿐 아니라 서양식 원근법이나 명암법보다는 내러티브를 중시하고 특히 민속적 해학과 풍자를 강조함으로써 민중회화로서의 효력을 발생시킨다. 또한 남녀의 성애를 소재로 하면서도 춘화나 포르노와 다르게 은유와 상징을 구사하고 말초적 자극보다는 축제적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건강한 에로티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김진숙 에로틱 아트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이 시리즈는 크게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첫째 그룹은 제목 그대로 산을 에로틱한 신체적 상징으로 재현하고 있는 은유적 풍경화이다. <에로틱 마운튼>I, II, <해가 떠있는 산 Mountain of the Sun>I, II, <달이 떠있는 산 Mountain of the Moon>, <구룡폭포 Nine Dragon Falls> <풍요로운 계곡 Prosperous Valley> 등으로 구성되는 이 산 연작의 양대 모티프는 남성과 여성의 통속적 상징인 산과 계곡이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와 <박연폭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연작에서 작가는 산과 계곡을 하나의 몸체 - 우뚝선 남근적 산봉우리와 그 중앙을 흘러 내리는 힘찬 계곡 - 로 결합시키고 있다. 산과 계곡에서 자유롭게 자연을 즐기는 동자들, 하늘에 뜬 해와 달, 달 속에서 방아를 찧거나 하늘을 나는 흰토끼들이 에로틱한 산과 계곡의 이미지로 이입된 남녀의 사랑을 축복하는 수호신으로 등장하며 카니발 축제처럼 풍요롭고 들뜬 분위기를 일궈낸다.

무릉도원을 방불케하는 이 광경은 기본적으로 김진숙 에로틱 판타지의 산물이지만, 작가는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산 풍경을 바라보며 그러한 판타지를 투영시키기도 한다. <달이 떠있는 산>과 <구룡폭포>는 작가의 제2스튜디오가 있는 펜실바니아에서 과거 인디언들이 살았던 높은 산 정상이나 계곡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그린 환상적 진경산수이다. <풍요로운 계곡>은 지리산 깊은 계곡 달빛 아래서 바람소리, 야생동물 소리를 들으며 그린 상상적 사생화이다. 여기서는 위로 보는 산에서 아래로 보는 산으로 시점이 치환되면서 수직적인 산과 힘찬 폭포의 이미지가 사라진다. 대신 평면화된 산 꼭대기에 남녀 인물이 등장하여 성애를 즐긴다. 동자들과 숨바꼭질 하는 토끼, 계곡을 즐기는 한무리의 동자들이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을 축복한다.

<에로틱 마운튼>의 둘째 그룹은 <풍요로운 계곡>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연인들을 클로즈업으로 “줌인”하듯, 텐트 속의 남녀와 그들의 은밀한 사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러브 텐트 Love Tent>, <매혹적인 봄날의 밤 Magic Spring Night>, <장막뒤의 연인들 Screened Lovers>, <겨울에 핀 꽃 Winter Blossom>, <사랑의 수족관 Love Aquarium> 등, 이 연인 연작들에도 동자들이 사랑의 수호신으로 등장한다. 표범무늬 텐트는 이들의 안식처로 제공된다. 작가는, <들국화>의 호위병 처럼, 왜 관능적 사랑의 장면에는 반드시 수호신을 등장시키는 것일까? 그것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 여성들, 자유연애를 꿈꾸는 가부장제의 여성들을 사회적 지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작가가 고안한 방어적 기제가 아닐까?

4.
<에로틱 마운튼>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작가는 신윤복 스타일의 기생 연작을 선보인다. 연꽃이 피어있는 바다 위에 조각배를 띄우고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기생을 그린 <시작 Beginning>과 <끝 End>을 비롯해 <단오날 목욕하는 기생 Mayday Bath of Gisaeng>, <기생과 꽃송이 Gisaeng and Blossom>, <기생과 글자 병풍 Gisaeng with characters>, <기생과 도라지 꽃>에 등장하는 기생들은 황진이일 수도 작가 자신일 수도 있다. 황진이로 대변되는 기생의 재능과 자유, 그들의 해방적 정신세계와 예술세계에 대한 동경과 존경으로 작가는 기생을 주제화하고 그들과 자신을 동일화한다.

작가에게 기생은 재능과 해방을 의미한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여인의 초상화 연작 <웨딩가운 Wedding Gown>에서 작가는 규방에 갇히듯 버거운 혼례복에 갇힌 상류층 여성을 그리고 있다. 기생 연작의 배경이 꽃, 글자가 새겨진 화려한 가구나 소도구들로 장식되어 있는 반면, <웨딩가운>은 침침한 단색으로 배경이 칠해져 있다. 정자세로 서있는 신부의 표정 역시 어둡고 무겁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혼례복의 굴레, 결혼의 속박을 벗어날 기생의 용기보다는 현모양처의 길을 택한다. 그들은 성모마리아나 보살에 비견될 인내와 고통과 희생의 댓가를 치루고 강인한 모성으로 재탄생된다. 모성을 성녀의 해탈로 유추시키듯, 작가는 응축된 표현으로 어머니의 자태를 추상화시킨 여인초상을 <나의 부처 My Buddha>라고 명명하였다.

전술한 기생 연작이나 <웨딩가운>을 보면 <에로틱 마운튼>I, II나 <러브 텐트>에서 극점에 달했던 작가의 에로티즘이 내면화되고 점차 자아추적, 자기탐구의 경지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내면화된 에로티즘이 근자에 집중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메디테이션 Meditation> 시리즈의 골자를 이룬다. 절정기 에로티즘을 명상적 차원으로 전환, 완결시키는 이 시리즈는 자화상 연작, 한쌍의 흰토끼 연작, 한쌍의 원앙새 연작으로 구성된다. 건축 재료인 쉬트록(sheet lock)위에 리얼하게 그려져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원앙새, <에로틱마운튼>시리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흰토끼가 각각 커플로 등장하여 순수하고 지고한 남녀의 사랑을 표상한다. 해방, 평화, 순수, 사랑의 메신저로서의 원앙새와 토끼는 <에로틱 마운튼>을 <메디테이션>으로 진입시키고, 관능적 에로티즘을 관조적 에로티즘으로 전환, 승화시키는 주물적 매체가 된다.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고 항상 사랑을 나누는 토끼 ....우리 인간도 토끼들의 이상적 생활에서 영감을 받았으면 싶다... 토끼는 완전한 철학자다”라고 작가노트에서 밝히듯, 작가는 특히 토끼를 사랑의 메타포 이상의 철학적 메타포로 간주한다.
흰토끼, 원앙새와 함께 <메디테이션> 시리즈를 구성하는 자화상 연작은 실제 자신을 그린 자전적 초상과 자아가 투영된 은유적 초상으로 대별 된다. 전자의 예로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며 행복한 신랑과 신부를 그린 <기대 Expectation>, 나이가 들면서 명상에 잠기거나 기도를 즐기는 성찰적 여인으로서의 자신을 재현한 <소프트 Soft>I, II, <각성 Awakening>을 들 수 있다. 후자로는 1993년 작품 <왕관을 쓴 성모마리아>를 개작한 동명의 작품과 함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친 채 물위에 떠있는 풋풋한 여인을 그린 <레드 브릿지 Red Bridge>가 있다. 해방감을 만끽하는 듯한 이 여유만만한 누드의 여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제복의 남성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누워있던 1986년 <들국화>의 주인공을 상기시킨다. <들국화>의 그 당당한 여인으로 되돌아간 듯한 이 자화상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담겨있다.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삶의 순환 고리를 이어가는 김진숙에게는 죽음이나 내세 역시 하나의 축복이요 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인생의 여정일 뿐 이다. 자화상 연작으로 파악되는 육감적 티벳 보살상 <명상 Meditation>이나 춤추는 해골 커플을 묘사한 <불의 춤 Fire Dance>과 <행복한 연인들 A Happy Couple>은 작가가 꿈꾸는 그러한 해탈의 경지, 사랑으로 거듭나는 환생과 영생의 판타지를 표출하는 듯하다.

5.
1986년의 <들국화>에서 2009년의 <레드 브릿지>까지 김진숙의 작품세계는 에로티즘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그것은 특히 2000년-2008년 사이의 <에로틱 마운튼>시리즈에서 극대화되고 2008-2009년의 근작 <메디테이션>시리즈에서 완결된다. 그렇다면 김진숙 에로티즘은 어떠한 것일까? 한 작가의 작품세계가 자신의 사회적,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반영한다고 할 때, 여성작가, 페미니스트로서 김진숙이 표방하는 에로티즘은 어떻게 다르고 어떠한 의미에서 페미니즘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

첫째, 김진숙의 에로티즘은 자전적 경험을 주체적 시각으로 재현한 해방적 에로티즘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부계사회에서 에로티즘은 남성을 위한 남성에 의한 남성적 언어/이미지로 여성과는 무관하다. 여성은 단지 남성적 환상에 의해 식민화된 신체, 대상화된 재현 이미지로만 존재하였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욕망 자체가 억압되어 왔기 때문에 에로티즘을 표출할 언어나 이미지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여성적 에로티즘의 창안과 그에 상응하는 재현 이미지는 그러므로 여성 자신의 특수한 신체적, 심리적, 성적 경험의 기초위에서만 가능하다. 김진숙 에로티즘의 전복적 의미를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들국화>, <레드 브릿지> 등, 전술한 작품들이 예증하듯이, 작가는 자전적 경험, 주체적 삶, 해방적 애정관에 입각하여 부계적으로 규정된 여성성, 즉 수동적이고 나약하거나, 아니면 위험하고 위반적인 여성적 전형으로부터 탈피하여 능동적이고 자족적이고 해방적인 여성성과 여성상을 수립한다.

둘째, 김진숙의 에로티즘은 민중적 삶의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 작가는 민화, 풍속화, 춘화 등 아카데미즘이나 아방가디즘과 무관한 민중 양식을 차용, 구사할 뿐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흥겹고 따듯하고 생동감 넘치는 민중과 그들의 자유의지를 선망한다. 민중의 이중적 코드를 반영하듯, 작가는 한편으로는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평화로운 삶의 일부로,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의 반란, 무의식의 귀환을 꾀하는 민중적 해학과 풍자로 에로티즘에 접근한다. 과장, 과잉, 흥청거림으로 위계와 고정 질서에 도전하는 카니발 축제처럼, 풍요로운 사랑의 축제를 대담하게 묘사하고 있는 그녀의 <에로틱 마운튼> 시리즈에는 가부장제 규범을 위반하는 자유, 욕망, 방종, 환상이 깃들어 있다.

셋째 김진숙의 에로티즘은 자전적 경험, 민중적 현실에 기초하면서도 상상, 초현실, 무의식 세계의 환상을 투영하고 있다. 환상은 현실과의 접점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게 만드는 마력적인 힘을 갖는다. 그것이 경계에 기거하는 이중성의 미학이자 환상의 전복성으로 이를 통해 중심이 동요되고 주변이 조명된다. 환상은 개인적 발로이지만 그것은 집단 무의식으로 표출된다. 여성의 환상은 여성 신화, 여성 역사를 기술하고 여성의 욕망, 상상력, 원형을 가시화한다. 동시에 문화적 속박으로부터 야기되는 결핍, 부재, 상실을 고발한다. <황진이에게 경의를 표하며>, <왕관을 쓴 성모마리아>에서 작가는 기녀와 성녀의 초상에 자신의 얼굴을 오버랩시킴으로써 고정된 여성성을 해체하고, <에로틱 마운튼>과 <메디테이션>시리즈에서는 여성적 욕망의 원형을 추적함으로써 가부장적 위계와 질서를 재편한다. 이것이 김진숙의 에로티즘의 페미니즘 목표이자 효과이다.




Fantastic Erotism of Kim Djinsuk
Kim Hong-hee
Director of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1.
Kim Djinsuk is an artist who works with the theme of erotism, the theme taboo for women. Erotism is one of the ever-lasting (grand) theme of art history but erotism expressed by women, that is, the erotic image created by the perspective of woman as a subject, breaks the visual principles of "man being the subject, looking at the object woman" and "man draws and woman gets drawn." This clash is thus signalling feminism. Even though all of feminine erotism cannot be equalized to feminism, for Kim Djinsuk at least, erotism is used as a strong expression and weapon in the realm of feminism.

Kim Djinsuk started her artist career as a feminist. In the mid 1980's, Korean feminism art movement was lead by feminists working with political causes concerned with the public. In the beginning of the Kim's career - at least before she emigrated to the USA in 1989 - her dedication as a feminist could not be deemed trivial. In 1983, along with the founding mothers of Korean feminism art Kim Insoon, Yoon Sucknam, she co-founded the ‘October Gathering.’ In 1987, the members of the October Gathering and members of 'Tuh' (meaning 'place' in Korean) with Chung Chungyub as the central figure, have established the feminine branch of Council of National Art, the Feminine Art Research. The active results of the latter was the second exhibition of the October Gathering in 1986 , annual exhibitions starting with since 1987 and poetry and painting meeting each other with themes of feminism in 1988, etc; Kim had become a radical feminist artist through participation in these important exhibitions which were the trigger for Korean feminism art.

The feminists of Feminine Art Research have strived to expand the boundaries of feminine art and have expressed art as a political message to make women aware of issues concerned with themselves. This was a challenge against liberal art unconnected with real life and institutionalized modernism art. In this atmosphere, Kim grows artistically as a true feminist. Whereas most of her colleague feminists focus on woman in the social context, dealing with issues as suppression, social status, labor and maternity, the special trait Kim has is that she has always been interested in the feminine sexuality and created the erotic world with themes of sex, body, desire, fantasy and psychology of sex.

2.
Kim Djinsuk's erotism was already well exposed in which she exhibited at 'From Half to One' exhibition in 1986. At the lower part of this painting, a feminine nude is lying with her body lain alongside and men standing in a line are looking at this nude. They are dressed in uniforms as the symbol of collective authority. Men with hats on and some with flags, all overlook the nude from the upper viewpoint. The striking contrast is that the woman in nude doesn't seem to care a bit about the men's eyes all turned onto her. She lays carefree like a single wild camomile flower on the road. She is not the fragile and shy creature seen in (western) art history but a self-indulgent nude character who enjoys freedom with a bold attitude. This impression is also caused by the huge scale of the nude because the men are relatively very small, the 19 men altogether would not be bigger than this nude. They seem to be guards with a mission to protect her rather than the powerful ruler observing the nude. They look indifferent and somewhat seem to lack energy; they are not men from patriarch order but men who idolize and praise women. They have not yet learned the law of fatherhood, thus men from the imaginative world. The proud feminine nude appeals less as an object of the masculine view but more as a self-satisfied being liberated from this kind of view.

The nude in the picture is representing the universal woman by the form of her body but this is also the image of the artist herself. Like the woman in , she is free-spirited with an imposing air. She knows how to enjoy love, nature and life with her generous manner and frank character which puts the other person at ease. This free soul lives her life in the utmost creative spirit. The artist herself is the liberated self, the model for an independent woman as a subject. The women found in Kim Djinsuk's works always become herself whether in a biographical manner or as a metaphor. Her creatures traveling between herself and her substitute, show us the fantastic imagery which surpasses realism.

The artist overlaps her desire for liberation, sexual desire with universal or archetypical image to describe a seducing overturn of erotic fantasy; the borderline between reality and ideal, non-fiction and fiction,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ego and id is no longer valid in her world. The duality of Kim's erotism, the erotic fantasy lurking at the border of the real image and the mirror image, is clarified by the metaphoric painting of herself as the 16th century Gisaeng of the Chosun Dynasty, Whangjini. The artist has painted lots of women, especially gisaengs, in the old style of folk painting, long before her public debut in 1986 at the exhibition . As the un-exhibited work of 1984 reflects, the artist has drawn her face into Whangjini's. Since the actual visage of this historical figure is not known, she used the easy way of painting in her own image but the artist finds a more special meaning in this substitution of visage. She must have found a perfect match of her own identity as a feminist labeled with erotism and Whangjini's liberal expressions of love by her poetry and paintings, which were enabled by her courageous and clever escape from the continuous suppressive circle of the Confucianist feudal society. She had succeeded in regaining a free and independent spirit through the life of a gisaeng since she could not stay put in her lady's bedroom.

Since Kim Djinsuk emigrated to the US, among the paintings she restarted around 1993 after a term of settling down, catches our eye. Borrowing the idea from Ingres' work of the same title, she substitutes this time, the visage of Virgin Mary to her face. The symbol of virginity, Mary, is somewhat at the antipode of gisaeng Whangjini. However, while Djinsuk's dreamful face beams in her erotic fantasy world, the Virgin Mary becomes quite identical with the classical symbol of erotism Whangjini. Additionally, the Virgin Mary is also identified by Buddha, another self image of Kim Djinsuk. The dreamy face of Kim/Mary or the fetish-like gestures of the fingers remind us of a Buddha image, especially the voluptuousness of Tibetan Bodhi-Sattva. The sacred image of Virgin Mary or Bodhi-Sattva as remedy or the banished image of women like Whangjini, both are self images of Kim Djinsuk. She challenges the fixed normative feminine image defined by the patriarch society by juxtaposing double, triple borrowed images and finally creates a fantastic erotism which overcomes self-destroying narcissism.

3.
In the mid 1990's, Kim in New York experiments with different aesthetic, formative manners since she was full with awe and curiosity about Western contemporary art. After her long strive to discover her own artistic language and world, in 2000 she starts to paint the series. She was inspired by Korean traditional genre painting, folk painting, erotic painting and Japanese Ukiyo-e from which she created her erotic fantasy and flourished in erotic art.

The series depict love between man and woman being blessed and protected by a little boy, the scene which unifies with the mountain, sea and sky in a pan-naturalist erotic landscape. In the series, the artist uses actual motifs or format of Chosun-period folk paintings or genre paintings as well as narrative, especially folk humor and satire instead of western representation of perspective or shadowing method. The depiction of sexual love is in metaphors and symbols quite different from general erotic paintings or pornography. It does not simply excite the senses but brings along a festive atmosphere and sends off a healthy message of erotism. The series showing the essence of the artist's erotic art can be divided largely into two groups.

The first group is a metaphoric landscape painting which depicts the mountain as the corporal symbol. The mountain series composed of I, II, I, II, , , etc has dual motif of popular symbols of man and woman as mountain and valley. The series seems to refer to and of Jeong Seon (pen name: Gyeomjae) and the artist has combined the mountain and valley as one body - the phallic mountain peaks and the water flowing down energetically through the valley in the middle. There are little boys enjoying the nature in the mountain and valley, the sun and the moon in the sky, the white rabbit motif milling on the moon or flying through the sky becomes the guardian god-like character who blesses the love described by the erotic image of mountain and valley combined. Thanks to the rabbits, we feel like seeing a light-hearted carnival festival.

The overall scene appears like the Arcadia which is basically the outcome of Kim Djinsuk's erotic fantasy but she also paints actual landscapes of mountains and casts reflections of fantasy onto it. and are painted while observing the peaks of high mountains where native indians lived and fish jumping up from the valleys near the artist's second studio in Pennsylvania. is an imaginative sketch of the sounds of the wind and wild animals under the moonlight in the deep valleys of Jiri Mountain. The viewpoint is switched from looking upwards to looking downwards on the mountain which makes the image of verticality and energetic waterfall disappear. Instead, a couple appears on the flattened summit of the mountain and enjoys love making. The rabbit playing hide and seek with little boys who are playing by the valley; they all become a part of nature and bless the love making couple.

The second group of series is the close-up image of lovers in tents which first appears in . The zoom-in style focuses on the secret love in , , , , , etc. In this series of lovers, the little boy appears as the god figure, protector of love. The leopard pattern tent is provided as their refuge. Why does the artist always add a protecting figure in the scenes of sensual love, like the guards of ? It may be the defensive device she invented to protect her women living in the patriarch society who do not hide their desire and dreams of free spirited love, from social blame.

4.
In the extension of series, the artist explores the Gisaeng series in the old master Shin Yoon Bok's style. The theme of love between a gentleman and a gisaeng is shown, the two playing with a small boat by the sea with lotus blooming in and . Variations of gisaeng series are painted in , , , . The gisaeng could be either Whangjini or the artist herself. The aspiration and respect for talents and freedom of gisaengs represented by Whangjini and for their liberal spiritual world and art world has made the artist identify herself as one of them and constantly find themes around it.

For the artist, gisaeng stands for talent and liberation. The series of women in traditional wedding costume depicts high society women in heavy ceremonial clothes as if to show they are locked in their lady's bedroom. Whereas the gisaeng series has flowers, colorful furniture or objects with characters in the background as decoration, the series has dull monotone color at the background. The bride standing upright has a dark and heavy expression as well. It's true that most women choose the safe road of becoming the good mother and wife instead of the courage of a gisaeng to escape from the bonds and restrictions of marriage. Gisaengs have gone through pain and have shown great patience comparable to those of the Virgin Mary or Bodhi-Sattva and finally, they evoke renaissance of the strong motherhood. As maternity is symbolized by the deliverance of the Virgin Mary, the artist paints the silhouette of a mother in an abstract manner and entitles it .

When we observe the forementioned gisaeng series or , we can find that the artist's erotism which was at its extreme in I, II or gradually becomes an internal voice and goes toward self tracing and self discovery. Thus, the interiorized erotism becomes the base for the series which she is working on passionately recently. The erotism in its climax has been transformed to a meditative level and completed in the self-portrait series, the white rabbit couple series and the love-birds series. The love-bird painted on architecture material sheet lock is so realistic that it seems like it would fly away any minute. The popular character in series, the white rabbit appears as a pair and represents pure and sublime love of man and woman. The love-bird and rabbit as messengers of freedom, peace, pureness and love brings to . Furthermore, they become fetish medium which uplifts sensual erotism to the level of contemplative erotism. As she writes in her artist's note, “Rabbits enjoy good food, have fun and always make love ... we humans should be inspired by the ideal life of rabbits ... the rabbit is totally a philosopher", she considers the rabbit as something more than a simple metaphor of love; a philosophical metaphor.

In the self-portrait series which compose the series along with the white rabbits and love-birds, biographical portrait of herself in real is distinguished from the metaphoric portrait of the reflection of self. The former's examples are depicting reminiscence of her young days, of happy bride and bridegroom images and I, II, showing herself as an aging introspective woman who loves to pray or meditate. The latter's examples are which was a re-make of the 1993 work with the same title and with a floating young woman spreading her arms to the sky. This woman at leisure, enjoying her freedom at the utmost reminds us of the carefree nude in in 1986. The self-portrait seems to retrospect to the bold woman who didn't care about the men looking at her and simultaneously gives expectation and hope of the future. Kim Djinsuk allows a free bridge between the past and the future and suggests a circulation of life's chain. For her, death or life after death is also another blessing and the lasting itinerary of life while the fire of love is still burning. The voluptuous Tibetan Bodhi-Sattva which forms the self-portrait series or the dancing skeleton couple in and seem to be the state of deliverance, fantasy reborn in love, eternal life that the artist dreamed of.

5.
From 1986's to 2009's , Kim Djinsuk's artistic world can be summarized as erotism. It has been brought to extremity especially in the series between 2000-2008 and was finally completed in the recent series of 2008-2009. If so, what then, is Kim Djinsuk's erotism? When we believe that an artist's world relects his/her social, corporal, psychological experiences, as a feminist woman artist, Kim's erotism is different in what way and how can it be understood as feminism?

First of all, Kim Djinsuk's erotism counts as liberal erotism based on biographical experience, interpreted in an initiative view. Erotism in a patriarch is masuline language/image for the man, by the man thus irrelevant with women. Woman is simply represented by the colonized body over which men fantasized. They existed as objects for men. Historically, women have been deprived of their desire and therefore they could not possess their own language or image of erotism. The creation of feminine erotism and the corresponding images are only realizable with the basis of intimate corporal, psychological, sexual experience of a woman. We can understand the overturning meaning of Kim's erotism in such a context. As aforementioned works such as and have proved, the artist breaks the passive and fragile or dangerous and illegitimate feminine image given in the patriarch context, with an active self-satisfying liberal image based on her own experience, making decisions for her own life, supporting liberal love.

Secondly, Kim Djinsuk's erotism has its roots in the reality of the people's ordinary lives. She frequently borrows the style of the mass; folk/ genre/ erotic painting which has no relation with any academism or avant-gardism. The sensibility in her art work is filled with happiness, warmth and lively people and their longing for free spirit. As if to reflect the dual code of the ordinary people, the artist sometimes approaches erotism with laughter, peaceful life of chatting, eating, drinking and loving and sometimes by the people's humor and satire intended to provoke rebel and the return of the unconscious. Like the carnival festival which challenges hierarchy and fixed order with exaggeration, surplus, partying, her series is the breaking of patriarch norms with freedom, desire, self-indulgence and fantasy, boldly describing the festival of fully fueled love.

The last essential meaning of Kim's erotism is the reflection of the fantasy of the imaginative, surreal, unconscious world while being based on her own experience and the reality of the people. The fantasy transforms self experience to a myth and the mass reality to Utopia. Fantasy has the magic force to make visible, something which was invisible at the intersecting spot with reality and make the undescribable comprehensible. This is the aesthetics of the duality living on the borderline and the overturn of fantasy, which enables the shift of the center and the lighting of the surroundings. Fantasy is a personal outlet but it is expressed through collective unconsciousness. The feminine fantasy describes feminine myth and history and visualizes feminine desire, imagination and archetype. Simultaneously, it alerts the lack, non-existence, loss caused by cultural imprisonment. In and , the artist overlaps her own visage with the faces of gisaeng and the Virgin Mary in order to dissolve the fixed image of women. She also reorganizes the patriarch hierarchy and order by tracking down the archetype of feminine desire in the series and . By far, this is the ultimate objective and effect of Kim Djinsuk's erot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