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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奉天) 가는 길(moon village)시리즈로 아직도 전국산하에 지천으로 존재하는 산촌마을들, 특히 정선을 중심으로 그려왔다. 주로 大觀산수의 시점에서 산을 둘러싼 마을을 설경으로 표현해왔는데 이는 겸제의 인왕제색도에 나오는 산 중턱에서 태어나 산촌아이로 자란 인왕산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이 자연스레 인도하지 않았나 싶다.
인왕산(西山)의 개발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낡음과 새로움의 경계에 서서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향수나 기억의 감수성이 녹아있는 인간적 체취와 시간에 주목을 해 본다. 아스팔트 틈의 잡초나 물때 앉은 콘크리트바닥, 이끼 낀 블록담과 골목길, 산 능선을 차지한 색 바랜 고층아파트, 삭풍을 안고 있는 겨울나무, 풍화하는 가을의 평원, 폐광, 궁터의 주춧돌, 허물어진 성벽, 석양, 깊은 밤을 보낸 새벽, 시든 목련, 빠지고 흰 머리카락, 성에 끼고 거칠어진 유리창, 등걸이 묵은 산 등 틈, 사이, 모퉁이에 깃든 인기척의 시간에 가슴 가득 뭉클함이 밀려온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니 매일매일 매 순간마다 새로운 풍경을 체험하게 된다. 늘 바라보던 치마바위의 인왕산도 계절, 기후, 유래 등 둘러싼 상황을 바라보는 觀子의 마음속에서 이미지로 체험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변화를 날것, 묵힌 것 등 감성이 맞닿는 만큼 표출해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속성 때문에 폐허는 자연이 된다. 또한 폐허의 매력은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든 작품이 결국은 자연의 산물인 듯이 느껴지는 점에 있다. 소위 天人合作인 셈이다. 토지의 색조에 근사(近似)한 것으로 대립적으로 자기 현시하던 구조물을 귀속이라는 평안한 통일성으로 침잠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생멸하는 것이라는 안도감을 갖게 됨과 동시에 대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폐허를 미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는 생명의 유한성과 자연에 대한 상대적 외소감, 그리고 그 폐허를 통해 거대한 자연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자기 숭고함의 자부심이 중복되어 있다.
습식 fresco가 주는 투명하고 맑음과 건식 fresco가 갖는 텁텁하고 거칠면서 포근한 맛들이 버무리면서 좀더 풍부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갖고자 한다, 새싹 된장비빔밥이라고나 할까! 재료의 탐닉과 물성의 양식적 접근보다는 적극적으로 뒤집거나 궁굴려서 열린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흙과 무색∙무광택의 회를 깎고 얹고 갈아내고 파거나 긁어내고 덧대는 등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서 있는듯 없는듯, 사라질듯 보일듯, 극도의 감각이 파열하는 촉각적 공간이 흘린 땀에 흠뻑 적셔가는 노동의 시간이 좋다. 세월의 흐름을 실어 나르고 살아내는 자유인이 되고 싶다. 부뚜막에 검게 그을린 벽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감동에 오늘 하루도 새롭게 거듭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