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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전주시 전통 한옥마을이 밀집되어 있는 전동殿洞에 가면 고풍스러운 성당이 있다. 전동상당이라 불리는 이곳은 1908년 프랑스 신부 보두네가 건축을 시작하였고 성당건물의 기초는 전주 시내 성문과 성벽이 헐리면서 나온 돌과 흙을 사용했으며 설계는 서울 명동성당을 맡았던 포와넬이 했다. 1914년 외형공사를 마쳤고 1931년 최종 마무리되어 축성식을 가졌다. 바로 이 성당이 나의 별빛상자 프로젝트의 무대이다. 이 성당은 몇몇 한국영화의 중요한 배경으로 사용되었을 만큼 아름답고 독특하다. 이 성당 가까이에서 나는 태어났고 근처 초등학교를 다녔으며 이 성당의 안과 밖은 어린시절의 많은 꿈과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나서 어머니 품 안에서 영세를 받은 곳도 이 성당이었고 6살 때 어머니를 여윈 곳도 성당이 바라다 보이는 근처 성모병원이었으며 곧 이어서 어린 형제들을 보살피러 우리에게 오신 새어머니를 따라서 미사를 다닌 곳도 이곳이었다. 미사시간에 흘러나오는 찬송가의 신비스러운 울림은 성당 내부의 긴 회랑을 타고 와서 나의 어린시절의 꿈의 세계를 만들어 주었다.

2003년 애니메이션 <별빛상자>가 도쿄 국제 아니메 페어(TAF) 동경 무역센타 시상식장 대형 스크린에 소개되는 순간 그 두 번째 이야기는 내 머리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자전적인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별빛상자의 주인공 로봇 티투에게 성당의 종지기 임무를 부여하고 내 고향 나의 어머니와 같은 전동성당을 무대로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나의 뜻을 이해하고 동참하길 원하는 학생들과 함께 전주에 내려갔다. 우리는 성당 구석구석을 세밀히 관찰하고 촬영하며 성당의 복잡한 구조를 익혔다. 그리고 현장 사진을 토대로 건물의 구조를 설계하고 무대로 축소하여 재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방과 후를 이용하여 학생들과 나는 제작실에 모여 건물 뼈대, 벽돌과 기둥, 스테인드글래스, 창문 틀, 담쟁이 넝쿨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제작에 매진하였다.

스토리가 여러 차례 변경되는 우여곡절도 겪어야만 했고 그렇게 힘겹게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어느 날 미완인 채로 나의 스튜디오로 옮겨졌다. 학교 실기실의 전격적인 개편과 진학위주의 학교 방침은 더 이상 학생들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았고 성당은 나의 과천 스튜디오 한 구석에 놓여진 채 먼지만 쌓여갔다. 이렇게 몇 년이 흐르고 2007년 오랫동안 덮어뒀던 별빛상자 이야기를 다시 펼쳐 보았다. 그런데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캐릭터들이 다시 내 마음 속에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야기의 프로젝트에 다시 불을 당기기 시작했다. 성당의 외형을 마무리하고 개인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이듬 해 여름 예술의 전당에서 방학을 이용하여 기획하는 <미술과 놀이>전에도 나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 후로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완성시키기 위해 영상 대학원에 진학 4년동안 배우고 꿈꾸고 또 공부하며 이제 대 장정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10년간의 나의 꿈이 드디어 눈앞에 아니 같이 고생했던 학생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여 사회에 나가서 열심히 살고 있을 그들 앞에 펼쳐질 그날을 기다린다.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