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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우연가 운명의 굴레다. 개인의 삶도 한 사회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가운데 어떠한 찰나를 유독 잊지 못한다. 번민의 세월도 환희의 순간도 우리의 기억 속에선 결국 하나의 장면이다. 그 장면을 응시하는 일은 때때로 고통이자 외로움이며, 위안이자 깨달음이다. 우리의 내면에선 또 하나의 시선이 번뜩이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시간의 기억은 시각의 기억이다. 왜곡과 투영, 반사가 자아내는 현상은 시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방해한다. 환상을 구현하는 방식이 그렇지 않은가. 볼 수 없기에 상상해야만 하는 것.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선에게 길을 알려주려 하지 말자. 거리를 거닐며 풍경을 마주하듯, 기억을 거니는 시선을 허락하자. 비록 이 시선의 행로가 머나먼 우주와 해저의 심연을 향한 처연한 송신일지라도.

-작가노트-